우리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경쟁’일 것이다. 내 주위 사람을 밟지 않으면 내가 밟힌다는 그 생각에 나의 소중한 벗을 경계하며 그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러한 생각들이 자라나는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지금의 중고등학교 교실의 풍경은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보다는 친구의 공책까지도 찢어버리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세상은 갑갑해지고 삶의 목적이 모두가 행복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닌 나만 잘살면 되는, 내가 남들보다 1원이라도 더 버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찌보면 너무나 무섭고 슬픈 세상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진 않는다. 많이 봐야 일 년에 네 편? 리얼리티,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정확히 꼬집고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은 모두 챙겨보지만 실제보단 허구라는 상상력을 이용해 제작한 영화에는 지루함을 느끼며 잘 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번에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봤다. 수업시간에 처음 이 영화를 소개받고 지루할거라는 편견을 갖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올 해 본 영화들 중 가장 큰 임팩트를 내게 남겨주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랑’... 사랑이라는 말의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형철(엄태웅)과 매지(김혜옥), 그리고 채현(정유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일 것이다. 군 제대 후 집을 나간 형철은 수년이 지난 후 갑자기 누나 미라(문소리)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혼자 나타난 것이 아닌 엄마뻘 되는 무신(고두심)과 사랑에 빠져 함께 나타난 것이다. 둘은 미라의 집에서 거주하며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무신의 옛 딸, 채현이 나타나며 미라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형철은 다시 집을 나간다. 그 뒤 미라와 무신과 채현은 우여곡절 끝에 함께 살며 친구처럼 즐겁게 산다. 그리고 선경(공효진)의 엄마 매지는 여러 남자와 결혼도 동거도 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사기도 당하며 상처도 받을 법 하지만 죽는 그 순간까지도 ‘사랑’을 놓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무신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인 채현은 매지의 아들인 경석(봉태규)과 사랑을 하지만 누구에게나 과하게 잘해주는 채현의 모습에 경석은 가슴앓이를 한다. 이들 셋(형철, 매지, 채현)의 모습을 바라보면 ‘바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형철은 책임감 없이 사랑만 하는 모습으로, 매지는 여자가 정조 없이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는 모습으로, 채현은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오로지 동정심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우리는 이해하기 쉽다. 아니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해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어찌보면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지금의 2011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모습을 일깨워 주는 사람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선하다. 비록 세상은 그들에게 바보라고, 또는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그들만큼 선하게 살고 있을까? 물론 그들에게도 부족한 점이 분명 있기에 그들을 100% 옹호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그들의 순수함 만큼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경석은 채현의 집에 방문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여러 이야기가 나열된 옴니버스식 영화일 거란 생각을 한 나는 채현의 엄마라고 하는 미라와 집안에 있는 무신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두 집안이 등장한 것이었으며 결정적인 것은 그 두 집안이 모두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모든게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뒤늦게 경석이 선경의 동생이라는 것과 채현이 무신의 딸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 점을 깊게 생각해 두 가족을 바라보면 결국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두 집안은 그 누구보다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고 하하호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다웠다.
우리는 ‘가족’이라 하면 피가 섞여 하나의 고리로 연결된 공동체를 생각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 배타적인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리가 알고,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엎어 버린다. 가족이란 단지 피가 섞여 형성되는 공동체가 아니란 사실. 그 사실을 우리가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매일 같이 밥을 먹고 숨을 쉬며, 공부하고, 잠을 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사회는 친구마저도 이해타산을 따져보고 사귀는 사회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우리에게 강력하게 말한다. “사랑은 위대한 것이야!!!” 그렇다. 사랑은 위대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단순히 남자와 여자와의 에로틱한 사랑이 아니다. 이 사랑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며 위해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하고 있는가? 장애아동을, 입양아동을, 재혼가정아동을, 빈곤아동을, 한부모가정아동을, 새터민아동을, 시설아동을 편견 없이 사랑으로 감싸주고 있는가? 단지 불쌍하다는 감정으로 동정하고 있진 않은가? 남을 탓하기 전해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할 것이다. 나 한사람이 변할 때 내가 속한 그룹이 변화할 것이고, 내가 속한 그룹이 변할 때 이 나라가 변하며, 이 나라가 변할 때 전 세계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채워 모두가 차별 없이 행복을 느끼는 그 날을 간절히 소망해본다.
한신대학교 아동복지론시간에 제출한 과제입니다. 맨정신이 아닌 정신으로 썼지만 다함께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올려봅니다^^



